Freeboard/Scri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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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Freeboard/Scribbles 2004. 3. 20. 14:37
객지 -고정희- 어머님과 호박국이 그리운 날이면 버릇처럼 한 선배님을 찾아가곤 했었지. 기름기 없고 푸석한 내 몰골이 그 집의 유리창에 어른대곤 했는데, 예쁘지 못한 나는 이쁘게 단장된 그분의 방에 앉아 거실과 부엌과 이층과 대문 쪽으로 분주하게 오가는 그분의 옆얼굴을 훔쳐보거나 가끔 복도에 낭낭하게 울리는 그 가족들의 윤기 흐르는 웃음 소리, 유독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그 가족들의 아름다움에 밀려 초라하게 풀이 죽곤 했는데, 그분이 배려해준 영양분 가득한 밥상을 대하면서 속으로 가만가만 젖곤 했는데, 파출부도 돌아간 후에 그 집의 대문을 쾅, 닫고 언덕을 내려올 땐 이유 없이 쏟아지던 눈물. 혼자서 건너는 융융한 삼십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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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Freeboard/Scribbles 2004. 3. 20. 07:42
계획한 아침 조깅은 자~알 되고 계신가? ^^; 혹시나 작심삼일이라는 놈이 찾아와, 초심이 가출했으려나? 나는 자네가 3일째면서 떠들고 다닌다던 아침형 인간에 완전 적응되어서 12시 칼 취침, 5시 칼기상이 되어버렸다지... ^^; (군대도 10시 반 취침, 06시 기상인데... ㅡㅡ;) 아침에 수영장을 가야한다는 부담때문인지는 몰라도, 전날 과음을 하거나, 밤 늦은시간 할 일 없이 컴터를 잡고 있는 시간이 줄어들더라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을 안먹어서 그런지... 살이 빠지더군... ㅋㅋㅋ . . . 허리가 많이 좋아지는게 느껴진다. 통증이 하도 심해서 수술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디스크 전문병원이라는 안세병원 의사가 하는 꼬라지와, 주변 운동하는 수술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수술한 사람치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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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Freeboard/Scribbles 2004. 3. 20. 01:45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이카리 신지와 아야나미 레이의 대화 중에서.... ----------------------------------------------------- 그래도 그것은, 겉모습일뿐이야. 자기 멋대로인 믿음이야. 바램 같은 것 따위야. 쭉 계속될 리가 없는 거야. 언젠가는 배신당하는거야. 날 버리는 거야. 하지만, 난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때의 마음이, 진짜라고 생각했으니까. -> 현실은 알지 못하는 곳에, 꿈은 현실의 속에. 그리고 진실은 마음속에 있어. 사람의 마음이, 자기자신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가 그 사람의 마음도 형태도 바꾸어 버려. 이미지가, 상상하는 힘이, 자신들의 미래를,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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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말이지..Freeboard/Scribbles 2004. 3. 17. 21:17
에.. 난 너라는 넘이 이렇게 특이한 넘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밥을 좀 사랑하는 아이로 기억되었을 뿐.. 좀 키가 크고 공부를 잘했다는거 말고, 그 땐 너의 특이성이 발현되기 전이었나보지..? 그냥, 전부터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결혼식이후 때를 놓쳐서 지금에야 올리네.. 무슨 신세한탄은 아니고.. 그간 너 보면서 생각했던거. 사람들이 너 결혼한다고 했을 때, 에이, 설마.. 했다고들 하더군, 나도 그랬다. 너 하는 거 보면 결혼을 가장 늦게, 그것도 성에 차지 않으면 안할 사람으로 보였거든 그런데, 네가 이렇게나 일찍.. 하지만 그 생각은 상대방이 영국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렇게 바뀌더군. 그럼 그렇지.. 아마 너를 좀 알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거다. 그렇게 너라는 여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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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탄핵반대 릴레이 카툰, 그 1화, 양영순Freeboard/Scribbles 2004. 3. 15. 19:09
양영순 : 누들 누드. 아색기가 -------------------------------------------------------------------------------------------- 안녕하세요. 강풀입니다. 강풀닷컴은 오늘부터 만화가들의 탄핵반대 릴레이카툰 연재에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강풀닷컴에는 여러 만화가들이 돌아가면서 탄핵에 관한 만화를 그려서 올립니다. 참여를 결정하신 만화가들은 이번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저희 만화가들은 탄핵에 대한 생각을 만화로 널리 알리고 함께하는 작업을 하려 합니다. 말을 잘하는 자는 말로, 글을 잘 쓰는 자는 글로, 힘이 센 자는 힘으로. 그렇다면 만화가 업인 만화가들은 만화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거를 저지른 저들에게 우리도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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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Freeboard/Scribbles 2004. 3. 13. 14:47
저곳 - 박형준 - 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 * 비어 있음이란 그만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니 좋지. 한 때 내가 좋아했던 시인인데 내가 만난 작가들 중 시와 사람이 이만큼 꼭 일치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피폐(?)하고 쓸쓸한 시인이다. 암튼, 날도 흐리고 나라도 어지러운 토욜 오후. 모처럼 우체국에 가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아 오늘 비로소 소포를 부치고야 말았지롱. 별 것도 아닌 게 무겁기만 엄청 무겁더만 또 양재 우체국에서는 안 된다고 그걸 들고 꽤죄죄한 차림으로 서초 우체국으로 조심조심 들고 갔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