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board/Scri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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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끌고 지하철 타기Freeboard/Scribbles 2007. 9. 13. 10:43
서울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아이의 몸무게가 무려 10.8킬로에 육박하다 보니, 업거나 안고 다니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직 걷지도 못한다. T.T) 어쨌든, 영국에서는 유모차를 가지고 다닐 때 불편한 지 전혀 몰랐었는데... 서울에 오니까, 짜증나는 상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백화점이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는 '유모차 진입금지'라고 떡하니 써 있고... (그럼 엘리베이터를 여러개 만들어 놓든가... 아니면 턱이라도 만들든가...)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렵거나, 엘리베이터가 많지 않아, 수십 분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 있거나, 아예 유모차를 둘 이서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때가 많았다. 지하철은 어떻게 이해를 한다쳐도...(사실 런던에도 오래된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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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친구Freeboard/Scribbles 2007. 9. 2. 22:06
동네친구가 그립다. 재작년까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었던 동네친구 한선생은 결혼해서 저 멀리 강서구로 이사를 갔고- 다시 우리 동네로 이사 온 황양은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나만큼 '충동적인' 편양은 더 이상 잠실이 아니라, 1시간 거리에 살고 있으며- 그 외- 부르면 나왔던 다수의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갑자기 불러내기 뻘쭘한 관계가 되었거나 멀리 살거나 회사에 다녀서 바쁘거나 등등의 이유로... 더 이상- '계획없이'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 '뭐하냐?' '얼굴이나 볼까?' 등의 멘트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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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Freeboard/Scribbles 2007. 8. 22. 02:23
오랜 만에 한국 집에서. 내 방을 정리하다가. 이것 저것 받은 편지를 모아놓은 파일을 발견했다. 처분할까 하다가. 그냥 버리기에는 추억이 너무 아까워서. 한 번은 읽고 결정해야지 했는데. 결국 간직하기로 했다. 근데. 추억 속으로 잠시 돌아갔다 왔더니. 도대체 잠이 안 온다. 다들.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다. 중학교 때부터 조숙하던/ 그리고 편지를 많이 써서 나를 미소짓게 했던 김명국 군은 잘 살고 있을테고... 영해에 살던 펜팔친구 선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울에서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 친구 수학여행지가 부산으로 바뀌면서 결국 얼굴은 못 봤다.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사진만 딸랑 두 장 있는데. 나중에 유명해 지면, 옛친구 만나기 프로그램에 꼭. 신청해야지 ^^) 그리고... 잠시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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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간Freeboard/Scribbles 2007. 8. 1. 18:07
지난 3일간 요엘이를 혼자 봤다. 신랑은 크리켓 때문에 출장. 피랍사건 때문에 일도 많았고, 지저분한 정원을 정리하겠다는 일념으로 육체노동까지- 머리도 아프고, 온 몸에 힘도 없고 해서- 신랑이 돌아온 어제 저녁부터, 요엘이 보는 일에서 손을 놔 버렸다. 오늘 오전, 신랑이 요엘이를 데리고 회사에 잠시 갔다 온단다. 아들넘이 없으니까, 집이 참 조용하다. 녀석이 없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인터넷 신문기사 읽기, 친구들 블로그 읽기 등등. 이 시간이 왜 그렇게 그리웠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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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국땅에서 사는 것.Freeboard/Scribbles 2007. 7. 12. 05:56
'이소영의 오픈 마인드'라는 칼럼에서 피부에 와 닿는 글을 읽었다. http://www.missyusa.com/mainpage/boards/board_read.asp?section=talk&idx=375664&id=talk20&page=1&ref=9&step=1&level=0&key_field=&key_word=&category=0 타국에서, 특히 리즈라는 한인커뮤니티가 굉장히 작은 동네에서, 참 복작거리며 살았었다. 이소영씨가 잘 지적한대로, 외국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으니까, 알아서 거리를 두는 편이다.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문화도 같고, 동일한 언어를 쓰지만,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서로를 잘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고 끈적하게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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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Freeboard/Scribbles 2007. 7. 11. 22:45
어제 시댁에 다녀왔다. 여든이 넘으신데다가 소아마비에 당뇨, 여러 합병증이 겹쳐 몇 년 전에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이후로는 언어장애까지 온 탓에 요즘엔 거동을 거의 못 하신다. 소아마비가 어렸을 때부터 있으셨지만, 워낙 활동적이셔서 운전도 몇 년 전까지는 하셨었고 밝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이셨는데... 한 순간에 (아니 어쩌면 점차적으로)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단어'로 표현하는 것마저 힘들어 지셨다. 다행히 요엘이하고는 언어로 의사소통할 필요가 거의 없어서, 요엘이의 존재가 어머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는 "예전에는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젠 못하니 정말 미안하다. 고맙다. 얘야 사랑한다." 하시는데 눈물이 울컥 넘어왔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