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그러니까 3월 8일 목요일에 Daily Mirror라고 하는 신문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났다. "The Real Threat"이라는 커다란 활자에, Real은 빨간 글씨로.... 소제목은 "North Korea is the real threat to world peace."
물론 데일리 미러가 타블로이드 판이기는 하지만, The Sun에 이어, 영국 사람들이 두번 째로 많이 읽는 신문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영국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Lorraine Davidson이라는 기자가, 북한에서 몇 일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장장 네 페이지에 걸쳐서 쓰고 있는데... 거참. 웃기다 = . =
이라크를 공격할 게 아니라, 정말 위험한 나라는 북한이니, 북한을 공격하라는 건데... (물론 공격하라는 게 아니라,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라고... 끝에 가서 얘기하지만, 그래도 말하는 톤이, 거 참..)
"북한에서는 김치와 청포묵이 항상 밥상에 올라오는데, 속이 뒤집혔다. 그런데도 북한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 음식을 자랑스러워 한다" --> 영국 음식은 정말 먹을 거 없는데... = . = 문화적 차이도 모르는 기자넘.
게다가, 계속 직접 인용한 북한의 대령 이찬복을... 계속 Lichan Bok으로 썼더구만. 복대령이라면서...
아주 친한 척, 악수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나왔는데, 이름도 제대로 모르다니... 성이 앞에 온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고 취재한 사람이니, 기사가 엉망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여하튼....... 짜증나는 기사였다....
"The Daily Mirror today shows where the real danger lies. A cruel, primitive nation which possesses modern, sophiscate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 북핵의 위험성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 분위기 몰아가는 기사라... 별로다. 물론 여자가 반나체로 신문 첫장에 등장하는 타블로이드판에서 뭘 기대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 . = ---
더 황당했던 것은...어제의 기사..
KOREANS 'AMAZED' BY REPORT Mar 7 2003
By Lorraine Davidson
SOUTH Korea yesterday expressed astonishment that the Daily Mirror had been able to expose the threat posed by North Korea.
Chang Kee Sung of the South Korean embassy praised our exclusive interviews with Colonel General Lichan Bok and Prime Minister Kim Yong Nam.
He said: "It is unheard of for a journalist from Europe to get that level of access. We are deeply interested in finding out what is going on in the North and you seem to have done that."
South Korea is anticipating the North's next move in the region's nuclear crisis.
General Bok said they had already drawn up war plans and the prime minister warned his nation would not "stand idly by" while America tried to stifle it.
거참, 장기성 영국 대사관의 말이 가관이다...
북한에 그 정도로 접근 가능한 게 대단하다고? 그렇게 엉망인 기사를 썼는데도?? 완전 '우리가 최고야'라는 시각에서???
자기가 기사 쓰고, "한국 사람들 북한 기사에 놀라다"라고 제목을 뽑은 기자도 웃기다...
예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리프만(Walter Lippman)이 생각 났다. (리프만은 메르츠(Charles Merz)와의 공동 논문 "A Test of News"에서, 익명 취재원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뉴스의 오도 가능성과 취재원이 정부 관료에 국한 되어 있을 경우에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찬복 대령의 말을 끊임없이 인용하면서, 100 퍼센트 사실인양 말해댄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지는 상관도 안 하는 듯 하다.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우린 전쟁 준비 됐다고 얘기하지. 뭐라고 대답하나......)
어쨌든, 그들은, 북한이 보여 주고 싶어하는 부분만 보고 온 건데, 무슨 대단한 걸 발견한 양, 글을 쓴 것도 우습고. 그들의 잣대에서, 북한을 재단하려 든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아아아아아. = . =
밥 먹고, 소화시키기 위한, 신소리 였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