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한국 집에서.
내 방을 정리하다가.
이것 저것 받은 편지를 모아놓은 파일을 발견했다.
처분할까 하다가.
그냥 버리기에는 추억이 너무 아까워서.
한 번은 읽고 결정해야지 했는데.
결국 간직하기로 했다.
근데.
추억 속으로 잠시 돌아갔다 왔더니.
도대체 잠이 안 온다.
다들.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다.
중학교 때부터 조숙하던/ 그리고 편지를 많이 써서 나를 미소짓게 했던
김명국 군은 잘 살고 있을테고...
영해에 살던 펜팔친구 선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울에서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 친구 수학여행지가 부산으로 바뀌면서 결국 얼굴은 못 봤다.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사진만 딸랑 두 장 있는데.
나중에 유명해 지면, 옛친구 만나기 프로그램에 꼭. 신청해야지 ^^)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녀석들.
중학교때 전학 가버린 지은이.
그 녀석 집에도 찾아갔었는데, 용임이랑 혜영이랑..
그때가 내 머리가 완젼- 남자애 처럼 짧을 때라...
내 사진을 녀석에게 몇 장 주고선, 학교 친구들에게 남자애라고 말해도 믿겠다 했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한참 같이 몰려다녔던 영우.
마지막 소식을 들었을 때가,
미국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던 고등학교 때였던가.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을까. 궁금하다.
교회 기도실에서 술도 마시고 그래서. 내가 무척이나 걱정했었는데.
같은 학년이고, 외고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친해져버린 탄이 녀석.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나름, 외고 준비 중학생의 스트레스를 풀었었던 기억.
내가 믿음이 좋아 보인다면서... '너를 본받기로 하고 너를 따라다니면서 너의 장점'을 배우기로 했다고 편지에 쓴 경원이.
지금은 기억이나 할까? ㅎㅎ
내가 너무 너무 좋아했던 체육선생님... 박준보 선생님의 답장.
'굳어버린 손을 탓하기 전에 말라버린 가슴을 탓해야 하나' 하시며,
무슨 얘기를 써야 할 지 모르겠다시던 선생님.
(근데 이젠 내가 딱 그렇다. 흐흑. 너무 늙어버린 거지. 서른이라니.)
날 쫓아다니면서 편지를 주곤 하던 귀엽고 예쁘게 생겼던 후배녀석. 일명. 꼬마.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을까.
(갑자기 든 생각. 이들 중 두 명이, 자신은 '외동딸'이어서 심심하단다.
둘째를 낳아야 하는
것인가?!@$#!%$@!$%!$%! )
전학와서 서먹서먹했다가, 친해진 재희.
편지도 참 많이 주고 받았는데..
재희랑은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동창인데...
친했던 건 딱 초등학교 2년 뿐이다.
그게 참 아쉬웠는데...
아직 거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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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일기를 써야 하는 걸까?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많은 것들이 잊혀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