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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board/Scribbles 2009. 12. 16. 05:58
    본의 아니게 외국에서 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사회적 약자/소수자"가 되어 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평생 살았더라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그들'일 수 있었으나, 곧 '나'인)라는 위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었다.

    지난 주 수요일.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끝나고 애들 엄마들이랑 수다를 떨었는데-
    한 엄마가 하는 말이-
    자기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단 한가지 이유는..
    첫째 아들이 성공회 학교에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대체 만 5살짜리 애들이 어떤 말을 했을까 물었더니,
    브라운 이즈 Sh*t이라고 놀려댔다고 한다. (그 집은 엄마가 지중해연안 국가쪽인 거 같고, 아빠는 흑인이다)

    문제는 학교 교장이 전혀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
    학교를 옮기기로 했다니까, "잘 하신 결정"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얘기를 듣고, 황당하던 차에---
    요엘군이 토요일 오전, 침대를 방방 뛰면서 웃으며 하는 말.
    "차이니즈 스팅스!"

    도대체 이런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싶어서.
    심각하게 물어봤더니
    같은 유치원의 친구 A가 운동장에서 한 말이라고 했다.

    다행이도, 요엘군은 아직 아주- 어리기 때문에-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말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 했고.
    물론 그 말을 한 녀석도 동갑내기 어린애기 때문에--
    그 말이 함축한 인종차별적 요소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그 말을 한 요엘이를 따끔하게 혼냈고-
    다시는 어느 국가/인종에 대해서든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녀석은 이후, 러시아 전 대통령 그림이 그려진 러시아 목각인형을 들고 와서는...
    이 사람들이 중국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 . - )

    이 일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어쨌든 그 발언을 한 아이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요엘이 유치원 담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다음 주가 되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알게 되겠지.

    선생님은 본인이 그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듣지 못했기 때문에
    우선은 그 아이를 주시하겠다고 했다.
    (사실 난 그 집 부모를 다 알기 때문에-
    직접 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그 집에서 그런 언사를 웃어 넘기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싶고-
    결국 그 부모가 바뀌기는 힘들 거기 때문에 관뒀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 녀석의 조부모가 터키에서 왔다는 점.)

    런던은 워낙 다인종이 모여사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차별이 적거나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런 일이 있고 보니,
    한국 사람들이랑 대화 할 때,
    종종 튀어나오는 인종차별적 언사가 거슬린다.

    며칠 전에는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된 한 엄마가--
    출산 경험을 얘기하면서-
    간호사가 거의 다 흑인 아니면 인디언인데
    내진을 할 때 너무 찝찝했다는 말을 했다.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백인이었어도 찝찝했을 것이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중에 천국에 가게 되면...
    편견으로 가득 찬 우리들이-
    어떻게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나는 말만 통한다면, 문화간 부딪힘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오판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고-
    배려가 없으면-
    배우려는 자세가 없으면-

    말이 통해도 다 헛 거다.

    뱀발. 1월부터 Runnymede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하루만.
    뭔가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아 기대된다.

    뱀발 2. 난 사실, 괜히 그 아이가 미워져서... 크리스 마스 카드도 안 보내고 싶은 유치한 마음이 들었으나, 신랑이 "용서해주라"고 했다. 우리 신랑은 참, 마음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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