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녀석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울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라는 듯이...
문을 쾅 닫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녀석에게 종종 소리를 지르게 되는 유일한 이유는
녀석이 잠을 자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층에는 신랑이 있었고-
신랑은 아무 말 없이 이층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더 짜증이 났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악역을 맡는 듯 하고,
신랑은 언제나 달래고 어르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울어대는 녀석에게 도대체 왜 낮잠을 강요하느냐고 묻는다면,
녀석에게 낮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녀석이 오늘 낮잠을 못 잔 이유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신랑이 오랜 기간 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신경이 곤두선다.
신랑의 부재 중에도 멀쩡했던 녀석이 어리광을 피우기 시작하고,
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오늘 낮에도 시나리오가 똑같았다.
평소 같으면 5분 정도 이후면 잠에 곯아 떨어졌을 텐데-
신랑은, 내가 원한다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녀석을 받아주고(내 기준으로)
녀석이 잠을 자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15분후 일층에 내려왔다.
(녀석이 "피곤하다"고 말한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냐고
몰아세우고 싶은 걸 참았다)
신랑은 너무 물렁물렁하고-
그에 반해 나는 너무 엄격하다.
중간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뱀발. 낮잠을 전혀 안 잔 녀석은...
저녁 7시 15분, 책을 읽어 주고 자리에 누운 지 5분 만에 취침했다.
일찍 자는 건 좋지만, 오후 내내 징징댔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클 수록,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징징대는 걸 전혀- 못 받아주겠다.
울지 말라고, 몰아세우면서도---
어렸을 적, "울지마, 뚝 해!"라고 몰아세웠던 목소리가 생각나면서, 소름이 끼친다.
울음을 참고 싶어도, 울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참아야지 마음 먹을 수록, 더 서러운 울음이 나왔기 때문에...
아, 녀석에게 잘 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