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실은 여기선 어린이날은 없고 메이데이 휴일 ^^)
요엘이를 데리고 시내에 나갔다 왔다.
지하철을 탔는데-
요엘이가 피곤하다고 칭얼대서
재우려고 무척이나 노력 중이었다.
그런데, 왠 여자가 타더니 동전이 든 상자를 흔들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요는 돈을 좀 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보는 풍경인 줄 알았는데- 런던 지하철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 중에-
'오늘 날씨가 춥고 습하지요?'했다. (오늘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다)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신랑이, '오늘 날씨 춥거나 습하지 않은데'했다. (거의 혼자말처럼)
근데 이 말은 이 여자가 어떻게 들었는지, 갑자기 뒤로 확- 돌더니,
'당신 뭐 불만있어?' 그런다.
(여기서 또 대충 어떻게 지나갔으면 좋았을 건데)
신랑이, '우리 지금 애를 재우려는 참이니까, 좀 더 내려가서 얘기해 줄래?' 했다.
그랬더니, 이 여자가 파르르 떨더니,
난 니네 애따위에 관심도 없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평정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 여자가 'I don't give a f*** to your child'하는데
맛이 확- 갔다.
그래서 '넌 관심 없는지 몰라도 난 있거든'했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지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계속 욕을 해 댄다...
손으로 가로 막다가, 주먹이 나갈 뻔도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신랑은 '내가 너였으면 지금 여기서 내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니가 내려라, 내가 왜 내리냐' 했다.
여기서 신랑의 펀치 - 'We are not getting off because we're obviously going somewhere.'
(아, 정말 名멘트로소이다.)
그녀는 여기서 할 말을 잃고- 뭐라 씨부렁대면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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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가 버리고 나서 요엘이를 봤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뭔 소린지는 못 알아들었겠지만, 어쨌든 언성이 높아졌으니 좀 놀랬겠지)
근데 녀석의 눈물을 보니까, 왜 가슴이 울컥한 건지---------
어쨌든-
신랑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처음 봤지만-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나다니 참 당혹스러웠다.
(런던에 살면서, 모르는 사람 혹은 걸인과 입씨름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
나도 이런 일은 살다 살다 처음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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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골든룰 한 가지-
걸인이나 미치광이가 뭐라 뭐라 할 때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말대꾸도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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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그 여자도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야 선한? 사람이었으니까 다행이었지만,
성질 나쁜 사람들을 만났으면,
엄청 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무슨 사연으로 사지 멀쩡한 젊은 여자가 구걸을 하고 다니는지...
에 또...
버스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사람이 칼에 찔려 죽은 기사를 몇 번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하철에 있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모른 척 하더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