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런던지하철에서 만난 거지-
    Freeboard/Scribbles 2008. 5. 6. 04:38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실은 여기선 어린이날은 없고 메이데이 휴일 ^^)
    요엘이를 데리고 시내에 나갔다 왔다.

    지하철을 탔는데-
    요엘이가 피곤하다고 칭얼대서
    재우려고 무척이나 노력 중이었다.

    그런데, 왠 여자가 타더니 동전이 든 상자를 흔들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요는 돈을 좀 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보는 풍경인 줄 알았는데- 런던 지하철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 중에-
    '오늘 날씨가 춥고 습하지요?'했다. (오늘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다)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신랑이, '오늘 날씨 춥거나 습하지 않은데'했다. (거의 혼자말처럼)

    근데 이 말은 이 여자가 어떻게 들었는지, 갑자기 뒤로 확- 돌더니,

    '당신 뭐 불만있어?' 그런다.

    (여기서 또 대충 어떻게 지나갔으면 좋았을 건데)

    신랑이, '우리 지금 애를 재우려는 참이니까, 좀 더 내려가서 얘기해 줄래?' 했다.

    그랬더니, 이 여자가 파르르 떨더니,
    난 니네 애따위에 관심도 없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평정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 여자가 'I don't give a f*** to your child'하는데
    맛이 확- 갔다.

    그래서 '넌 관심 없는지 몰라도 난 있거든'했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지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계속 욕을 해 댄다...

    손으로 가로 막다가, 주먹이 나갈 뻔도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신랑은 '내가 너였으면 지금 여기서 내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니가 내려라, 내가 왜 내리냐' 했다.

    여기서 신랑의 펀치 - 'We are not getting off because we're obviously going somewhere.'
    (아, 정말 名멘트로소이다.)

    그녀는 여기서 할 말을 잃고-  뭐라 씨부렁대면서 가버렸다.
    ---------------------------------------------------------------------------

    그 여자가 가 버리고 나서 요엘이를 봤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뭔 소린지는 못 알아들었겠지만, 어쨌든 언성이 높아졌으니 좀 놀랬겠지)

    근데 녀석의 눈물을 보니까, 왜 가슴이 울컥한 건지---------

    어쨌든-
    신랑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처음 봤지만-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나다니 참 당혹스러웠다.

    (런던에 살면서, 모르는 사람 혹은 걸인과 입씨름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
    나도 이런 일은 살다 살다 처음이다 - . -)

    ---------------------------------------------------------------------------

    여기서 골든룰 한 가지-
    걸인이나 미치광이가 뭐라 뭐라 할 때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말대꾸도 하지 맙시다.

    ----------------------------------------------------------------------------

    덕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그 여자도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야 선한? 사람이었으니까 다행이었지만,
    성질 나쁜 사람들을 만났으면,
    엄청 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무슨 사연으로 사지 멀쩡한 젊은 여자가 구걸을 하고 다니는지...
     
    에 또...
    버스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사람이 칼에 찔려 죽은 기사를 몇 번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하철에 있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모른 척 하더라 - . -)

    'Freeboard > Scribb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개월의 요엘군  (6) 2008.05.16
    짐싸기  (2) 2008.05.15
    '무난하고 보편적인 소녀 취향'  (0) 2008.05.02
    눈-  (0) 2008.03.24
    우리 남편  (4) 2008.03.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