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에는 팻 아줌마와 앤디 아저씨가 있다.
팻 아줌마는 나를 줄곧. "This is Sinae from South Korea."라면서 사람들에게 소개 시켜 줬다. 아! Sinae를 발음 하지 못하므로 (혹은 기억하지 못하므로) 실은 Sinead라고 부른다.
처음엔 기분이 좀 상했는데 - 굳이 한국인이라고 소개시킬 필요가 있나 해서, 아니 어쩌면, 나만 상대방에게 소개시켜 주고, 상대방은 나한테 소개시켜 주지 않아서 였는 지도 모른다 - 이제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국적이라는 것이, 자기 나라를 떠나는 순간 얼마나 중요한 '정체성(Identity)'이 되는가...
여하튼, 오늘은 종교 관련 책장과 신문방송학 관련 책장을 정리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고, 그저 비슷한 주제의 책끼리 붙여 놓는 일인데...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옥스팜에 자주 나올 수 없을 듯 하다고 했더니, 팻 아줌마가 많이 아쉬워 했다. 나같이 책장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나에게 하는 말, I think you're talented at sorting. (I think she is a bit patronising, but I guess I would be only a 'not-so-clever-foreigner' to her eyes, wouldn't I?)
내가 종교학 관련 책장정리를 끝내자 (종교일반/세계종교/기독교/카톨릭/종교 관련 소설, 에세이 등으로) 팻 아줌마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말했다, That's exactly how I sorted at Headingley. 속으로 난 생각했다. '그럼 자기가 알아서 하지.'
옥스팜에서 딱 3일 일했는데, 팻 아줌마 때문에 기분이 쪼매 상했다. 일자리를 얻었다고 했더니, 아줌마가 굉장히 아쉬워했다. 그래서 매주 30-35시간 정도 밖에 안 일하니까 가끔은 한 두시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놀랜다. 내가 학생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이미 졸업을 했다고 했더니, Oh, you're actually doing it for fun! 한다.
영국의 비꼼식 유머는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존은 그냥 농담이니 넘어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난 기분이 상한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