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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오빠
    Freeboard/Scribbles 2005. 11. 29. 01:29

    우리 오빠.

    어렸을 때는 오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안 난다.

    초등학교때는.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랑 눈싸움도 하고, 팽이치기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딱지치기도 한 기억.
    방과 후에는 저녁마다 놀이터에 가서, 오빠들이랑 철봉도 타고 하면서 열심히 놀았던 기억.

    중학교때는.
    통신에 빠져서 여러 모임에 같이 나갔던 기억.
    같이 '채팅'이란 걸 난생처음 하면서 채팅에서 말로 총싸움 하고 놀았던 기억.

    고등학교때는.
    같이 시험 공부 했던 기억.

    그리고 오빠 고3 수능 마치고 나서. 대학교 1학년때.
    그때가 나는 제일로 재밌었다.

    오빠언니들 수능 끝났다고 MT가는데.. 고3인 나도 껴서 놀러갔고.
    오빠 생일이라고 나이트 간다는데. 수능 한 달 앞 둔 나도 껴서 가봤다.

    그래서 그랬나, 난 대학교 1학년때, 참 지루했다.
    고교 생활과 다른, 어떤 것도 찾지 못했으니까.
    다른 애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자유'라는 것을.
    나는 이미, 중고등학교때도 누리고 살았으니까.

    어쨌든.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오빤 군대에 가버렸다.

    내가 부대까지 찾아간 유일한 남자가. 바로 우리 오빠다.
    (이 말을 딱 쓰고 나니까, 또 누군가도 찾아갔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땅파기 작업 중에, 개구리가 나왔는데 산 채로 먹어야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너무 심하게 맞아서 휴가를 못 나오기도 했고,
    내가 애지중지했던 기타를 가져 가더니, 선임이 부셔버렸다고 하기도 했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거나, 그 기타 대신 다른 기타를 나에게 사주거나 하는 일은, 이상하게도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조금 지나고. 오빠가 제대한 99년 여름. 캐나다에 같이 어학연수를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한 달 동안을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초등학교 이후, 처음 싸웠다.
    오빠랑은 오빠가 중학생이 되고 부터 싸운 적이 없다. (오빠는 중학교때 유난히 조용했었다. 내가 아무리 개겨도, 그냥 나를 무시했던 거 같다)

    요는, 너 왜 오빠한테 버릇없이 굴고, 오빠를 오빠대접을 안 하냐.
    오빠친구들도 안 그러는데, 니가 어떻게 오빠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막 부르냐.는...

    나는,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고 분해서... 왜 이제 그 얘기를 꺼냈냐고 했다. 내가 '홍원기'라고 부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왜 이제, 이 시점에서 그 얘기를 꺼내냐면서, 울었다. 그랬더니 우리 오빠도 같이 울었었다.

    (난 여전히 우리 오빠를 '홍원기'라고 부른다. 그냥 나만의 친근함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오빠가.)

    이 쓸데없이 길고, 산만한 글의 요지는.

    그냥 우리오빠가 오늘 따라 보고 싶고,
    좋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영. 딴 데로 흐른 거 같다.

    아. 보고 싶다. 홍원기! 오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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