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미국식 영어로는 Emergency Room (ER) 인데
영국식 영어로는 Accident + Emergency (A + E)다.
이 응급실에 요엘이 태어나고 두 번째로 다녀왔다.
(첫번째는 황달 Jaundice이 심해서 태어나고 일주일 후에)
금요일날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잘 놀고 별 다른 증상이 없었는데
금요일 밤, 40도가 넘는 고열로 새벽에 몇 번 일어나 울었더랬다.
토요일.
38도에서 39도 사이를 왔다갔다 했고
기운이 좀 없긴 했지만...
(이때다 하고 하루 종일 '무한도전'이니, '라디오스타'니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깔깔댔다)
주일.
미열이 있었고
교회에서 좀 짜증을 내긴 했지만...
많이 괜찮아 졌다 싶었다.
월요일.
시아버님 댁에서 점심을 먹고-
여전히 기운이 없고
식욕도 없었지만-
그래도 감기겠거니 하고 괜찮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웃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하길래)
월요일 저녁.
정말 기운이 없이 축 쳐 있고
두 번이나 토했고 체온은 40도에 가까웠다.
이부프로펜(ibuprofen)을 먹이고 싶었는데-
약통에 식후나 식사 중에 먹이라고 써 있어서---
nhs direct에 전화를 해 봤다. (간호사랑 통화 가능)
http://www.nhsdirect.nhs.uk/languages/leaflets.aspx?language=ko전화번호는 0845 4647
간호사가 우리가 설명한 증상을 들어보더니,
숨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수화기를 요엘이 입에 갖다 댔다.
좀 가빠른 숨을 쉬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거 같다면서
글쎄! 패러메딕(응급구조사)를 태운 구급차를 집으로 보내줬다. - . -
응급실과 불과 2분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거의 전화를 끊자 마자 구조대가 나타났는데 (그것도 3명씩이나!)
처음에는 별 거 아닌 데 왜 불렀니 하는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체온을 재보니까 40.7도.
체온이 너무 높으니까 응급실로 가자고 했다.
응급실에서는... (원래 오래 기다리게 되는데)
다행히 구급차랑 같이 온 환자들은 바로! 응급실에서 칸막이 하나를 배정 받는다.
간호사가 와서 체온재고, 심장박동수 재고,
해열제 먹이고---
(간호사는 NHS Direct 간호사들이 쓸데없이 환자들을 응급실로 보내는 일이 많다면서 투덜댔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여길 왜 왔을까?', '저녁은 먹고 왔으니 다행이야'
'우린 그저, 토하고 나서 빈 속에 해열제를 먹여도 되는지 그게 궁금했던 것 뿐인데'하면서--
현상황을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설정 샷도 찍었다.
(그래도 39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될 때는 이렇게 쌱- 벗겨야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배웠다.)
(벗겨 놓으니까, 요엘군- 진짜 많이 컷다!)
피곤해 보이는 신랑
(요엘군은 평소에 불을 다 끄고 깜깜해야 자는데-
정말 피곤할 때는 이렇게 다 벗겨 놓고 전등빛이 아무리 강렬해도-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아과 의사를 기다리는데 --- (오질 않았다. - . -)
8시 반에 응급실에 들어갔는데-
자정쯤 되서 응급실 담당 의사가 왔다.
요엘이 숨쉬는 소리를 들어보더니
의사가 왼쪽 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면서
chest infection(폐감염)인 것 같다면서, 엑스레이를 찍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새벽 2시쯤, 담당의사가 오더니...
"아직 소아과전문의 안 왔다 갔니?" 했다.
"아니 - .- " 했더니
엑스레이를 보더니, 소아과전문의를 불러왔다.
소아과전문의가 오더니
귀를 살펴보고
오른쪽 귀에 중의염.
목을 보고는 편도선이 부어있고 입에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편도선염이라고 했다.
엑스레이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폐감염은 아닌 듯 하다고 했다.
항생제를 처방해 줬는데-
아직도 고열이 있으니까 하루정도 입원을 하라고 했다.
(약도 잘 안 주고, 입원도 잘 안 시키는 나라에서 항생제도 주고
입원까지 하라고 하니까, 덜컥 겁이 나긴 했으나...
심각한 질병은 아니고 편도선염이라니까 한시름 놓았다)
소아병동으로 옮긴 것이 새벽 3시 반쯤.
방을 배정받았는데-
규정상 부모 중 한 명만 병실에 있을 수 있단다.
신랑을 집에 보내고,
침대에 요엘군과 같이 누웠는데-
새벽 4시쯤 간호사가 들어와서 항생제 주사를 놔주고 갔다.
그래서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요엘이를 달래고 잠을 재웠는데-
옆방에서 신생아가 찢어질 듯한 고음으로 끊임없이 울어대는 통에-
난 한 숨도 못 잤다.
다행히 요엘군은 피곤했는지, 약기운인지 7시까지 안 깨고 잤다.
7시, 간호사가 다시 들어와서 요엘이 체온을 쟀는데-
드디어 체온이 38도 정도로 떨어졌다.
오전에 우유도 마시고 컨디션도 좋아보이길래
씨리얼을 줬다.
한 입 잘 받아먹고 두숟갈째, 갑자기 아침에 먹은 우유를 다 토해버렸다. T.T
(덕분에 신랑 옷은 토한 것으로 뒤범벅)
11시쯤 난 집에서 샤워하고 돌아왔고-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요엘군에게 우유를 줬는데
다행히 토하지 않았다.
2시간 정도 낮잠을 다 같이 자고-
오후 세 시쯤, 요엘군을 데리고 소아병동 내에 있는 놀이방에 데려갔었는데-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자동차도 타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오후 네 시, 소아과 전문의가 오더니 체온 재보고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항생제를 먹이는 게 너무 힘들지만
(요엘군은 원래 숟가락에 약을 주면 잘 먹었는데
응급실에서 주사도 놓고 하니까 겁을 먹었는지,
전혀 입을 벌리지 않는다
그래서 바늘없는 주사기에 약을 넣고
신랑이 요엘군을 손발을 잡으면,
요엘군이 입을 크게 벌리고 엉엉 거릴 때 마다,
1미리씩 넣어준다.
녀석이 너무 영특?해서 약을 자꾸 뱉아 내기 때문에-
약 먹이는 게 너무 어렵다.
그런데 항생제는 매일 정해진 약을 먹이지 않으면 전혀- 소용이 없다고 한다 - . -
증상이 완화되어도 5일 동안 꼭 먹어야 한단다. (아니면 남아있는 균이 내성균으로 변해서 다음에는 더 독한 항생제를 써야 하기 때문)
약을 다 먹으면,초컬릿이랑 밀크플러스를 준다고 꼬시고 있는데- 잘 안 넘어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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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유랑 귀리(oat)를 같이 끓인 귀리죽(oatmeal)도 먹고
점심에는 바나나도 반 개나 먹고
오후에는 요거트!
그리고 저녁에는 도리토 칩까지 - . -
토요일이면 완전히 나을 듯 싶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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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원래 월요일 오전 비행기로 2박 3일 이스탄불 출장 예정이었으나-
요엘군이 입원한 관계로-
안 갔다 ^^ (사실, 놀라웠다. 이런 영국식 사고방식과 회사시스템이!!)
(사실, 편도선염이란 걸 알고 나서는 '그냥 가지 그래?' 했으나...
안 가서 다행이었다. 밤새고 나서- 혼자 애를 봤으면-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엄청 스트레스 받을 뻔 했다)
육아의 스트레스를 반씩 나눠주는 신랑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