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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할아버지
    카테고리 없음 2006. 6. 2. 23:45
    검은 뿔테 안경.
    22년생.
    한국어를 포함해, 일어, 중국어, 영어를 하신던 분.
    이북 사투리.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손에 똥을 쌌었다면서 허허 하시던 모습.
    유난히 청소에 집착하시던...
    자기 주장이 강하던 완벽주의자.
    나이에 비해 굉장히 건강하셨고, 건강을 끔찍히도 아끼셨던 분.

    할아버지를 본 지, 7년이 지난 지금,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그 정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잊혀져간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내가 과연 슬픈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할아버지란 존재는 잊혀졌었으니까...
    7년간 보지 않았으니까...
    돌아가셨다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정작 할아버지가 혼자 쓰러지신 집을 봤을 땐...
    매캐한 사체 냄새며,
    전등에 붙은 거미줄을 봤을 땐,
    울컥 눈물이 넘어오고 말았다.

    그리고 화장터에서...
    관이 들어가고
    2시간 30여분 후에
    희뿌연 재로 변한 뼈들이
    눈 앞에서 쓰레기처럼 빗자루로 쓸려지는 것을 봤을 때...

    아니, 어쩌면, 다른 관망실에서 흘러나오는 곡소리 때문이었을까.
    꾸민 듯한 하이핏치의 울음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몇 주 전에 찍으셨다는 사진 속의 할아버지 모습이...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몇 주 전에 집에 배달되었던 할아버지의 편지, 그리고 전화를 해달라는 부탁에도 누구도 전화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을까.

    뒤늦게 하는 후회는...
    나와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말고
    지켰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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