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과학이 풀어야지, 여론에 끌려가서야…”
[한겨레] ■ 서울대 소장교수 문답
8일 오후 서울대 치의대·의대·생명과학부 교수 30여명은 건의문 ‘총장님께 드리는 글’에 서명해 정운찬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국제 학계에서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대한 진위 문제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울대가 대학 차원에서 과학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재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9일 이번 의견 표명에 참여했던 소장 교수 2명을 만나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두 교수는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
―문건을 전달하게 된 과정은?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교수들끼리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언론의 보도 태도나 여론이 ‘진실 여부’가 아닌 ‘국익과 애국’ 등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과학진실성위원회가 제럴드 섀튼 교수를 조사한다는 6일치 <사이언스> 보도를 보고 더이상 망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7일 교수들이 모여 만장일치로 대학이 나서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총장에게 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익은 진실규명과 별개
일부언론 핵심 비켜간 여론몰이
―어떤 것을 검증하자는 것인가?
=연구 데이터의 진실성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교수들이 과학자로서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을 검토한 결과 의혹의 수준이 ‘상당한 의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줄기세포 사진 일부가 겹치는 것은 물론 디엔에이 지문 분석 데이터 가운데 상당수가 석연치 않았다.
―오류라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재조사하는 것은 과학자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 대학의 과학진실성위원회는 증거가 있어야 조사하는 게 아니라 의혹이 나온 때부터 조사한다. 과학자의 연구 결과가 범죄자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증거가 있어야 조사한다는 것은 국제 과학계 관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황 교수는 다음 연구에서 검증받겠다는데.
=우리는 황 교수가 왜 직접 해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검증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복제 양 돌리에 대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디엔에이 지문을 다시 검사해서 의혹을 씻고 인정을 받았다. 의혹이 제기되면 해당 과학자가 나서서 해명하고 검증받은 뒤 연구 성과를 인정받는 게 과학계의 관례다. 줄기세포 11개 가운데 3개만이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고 수많은 의혹이 불거졌는데 다음 연구 결과에 대해 누가 신뢰를 하겠는가.
대학 과학진실성위원회 만들어
검증받는게 과학계 관례
―대학이 검증을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과학진실성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도 다 국제적 관례에 맞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황 교수에 대해 서울대가 제어하지 못하게 정치권과 청와대까지 나선 상황 자체다. 과학을 과학이 풀어야 하는데 정치와 여론이 개입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 매우 우려스럽다.
―총장과 대학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장의 의지를 믿는다. 일부 언론들이 본질이 아닌 부분만을 부각시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외국이 시기한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실 규명과는 별개다.
-더 할 말이 있나?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와 과학계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밝힐 수 있는 것 자체가 과학계가 건강하고 투명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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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 된 일이야 하고 읽고 있는데...
선희가 쓴 기사네.
ㅋ
한겨레 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뒤도 duck인 걸로 보아.. 동기 유선희가 ..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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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기가 쓴 기사를 읽는다는 것.
부럽고도, 뿌듯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