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일상] 돌아왔습니다.
    Freeboard/Scribbles 2004. 7. 18. 03:28
    남쪽 Rye는, 지난 겨울에 갔을 때와는 또 다르대요.
    5일간 머무르는 동안, 이틀 비가 잠깐 온 것을 빼고는, 그럭저럭, 리즈 보다는 훨씬 따뜻했구요.

    우리는 피서(避暑)가 아니라, 피한(避寒)을 한 거 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었습니다.

    둘 다, 더운 곳(한국/포루투갈)에서 돌아와서 그런 지, 리즈가 더 춥게 느껴 지더군요. 겨울 이불을 꺼내고, 히터를 틀고, 겨울 마냥 수선을 떨었었더랬습니다.

    RYE에서는,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좋았어요.
    아침 마다, 'TV'를 켜지도 않았고,
    일어 나자 마자, 인터넷에 접속해, 이 메일을 체크 하지도..
    식사 때 마다,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지도 않고...

    발 길 닫는 대로, 어슬렁 대다가, 햇볕 좋은 펍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이다가,
    다 허물어진 성을 찾아 서너 시간씩 걷다가...
    (물론, 양떼를 키우는 곳이 로맨틱 하지만은 않더구요.
    양한테 지저분한 냄새도 많이 나고, 털은 새깨매져 있고, 오솔길은 양똥으로... 너저분 - . - )

    그리고 저녁땐, 맘에 드는, 식당에서 맛있는 해산물도 먹고...
    그리고 나선, 조각 맞추기 퍼즐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돌아오는 길에, 런던 시댁에 들렀었는데...
    시아버지가 수술을 하실 예정이라서요(뭐, 심각한 수술은 아니고 단순한 수술이지만, 아무래도 연세가 있다 보니 6-8주 정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하대요)
    그 동안 두 분이 잘 살아 오셔서, 잘 몰랐었는데...
    소아마비가 있는 시어머니 수발을 아버님이 다 들어오셨었죠.
    근데, 막상 시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신다고 하니, 그 빈자리가 굉장히 큰 거 더라구요.

    매 주 간단한 음식을 살 사람도 필요하고, 아침/저녁 침대에 그녀를 누이고 일으키는 일. 저녁 마다, 그녀가 샤워를 할 때 욕조에 누이고 일으키는 일 등.

    그래서, 변기 겸용 휠체어도 하나 새로 사고, 또 욕실에는, 누가 힘을 써서 시어머니를 들지 않아도 되도록 리프트도 설치할 예정입니다.

    변화를 싫어하시는 시어머니는, 휠체어가 도착하고, 존과 시아버지가 휠체어를 살펴보시는 동안, 계속 모른 척 밖에 계시더군요.

    내내 새 휠체어의 존재를 무시하시던 시어머니는, 두 남자가 방에서 나오질 않자, 마침내, 방으로 들어와서, 본인의 의견을 밝히십니다.

    휠체어에 그녀를 앉히고, 방으로 욕실로, 두 남자가 왔다 갔다 하고...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다 할 수 있는 일이 었는데..."
    그리곤 고개를 떨굽니다.

    우리는, 그녀를 꼭 안아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입니다.

    'Freeboard > Scribb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영상  (3) 2004.07.20
    [공지] 교회 수련회 갑니다 (21-24)  (0) 2004.07.20
    [공지] 휴가 갑니다 (12-16 월-금)  (0) 2004.07.12
    잘 갔느냐  (1) 2004.07.12
    가버렸넹.  (1) 2004.07.1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