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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Freeboard/J+H's Primary school in London 2016. 3. 18. 21:45
    만 9세 아들은 나랑 달리 굉장히 섬세하다. 난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조금 둔감한 편인데 아들은 신랑을 닮았는지 참으로 섬세하다.

    어제 저녁... 예기치 않게 옆집 꼬마네 집에서 샌드위치도 얻어먹고 한두시간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6시 반. 하나를 씻기러 올라가면서, 문제집을 풀고 샤워를 하든가, 샤워를 하고 문제집을 풀든가 하라고 했다.

    (나는 예습에는 반대하지만, 복습과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요엘이가 1학년 마지막 학기쯤부터 하루에 한 장씩 문제집을 풀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이 "Why do I have to do that?" 하는 거 아닌가 ㅜ.ㅜ

    맨날 하는 건데 새삼스레 왜 그러냐며... 하기 싫으면 말고 그 대신 주말 게임은 못 할 것이라고 못 박아뒀다.

    하나를 씻기고 재울려는 찰라, 아들이 올라오더니... 이제 씻을 거지만, 문제집은 안 풀겠다며, 그냥 주말에 오락을 안 하겠다고 한다.

    (어마낫! 아니 이노무 스키가 반항을!)

    그래서 오락뿐만 아니라 녀석이 그토록 좋아하는 비노(존이 어렸을 때 봤던 만화 주간지) 역시 못 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조용히 내려가서 샤워를 하는가 싶었는데... 화장실에서 혼잣말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고성통곡 소리가 들렸다.

    (문도 잠궈서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샤워하고 나오더니 소파에서 계속 흐느끼고 있길래 그럴 거면 방에 올라가서 자라고 했다.

    (올라가더니 계속 고성통곡!)

    대충 기도만 해 주고 자라고 하고 내려왔는데... (기침에 토할것 같은 소리까지 내며 움)

    한동안 울더니 내려와서 하는 얘기가 왜 자기가 문제를 안 풀고 싶어했는지 아냐고 묻는다.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가끔씩 모르는 문제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가 있어서 그렇다고...

    모르는 문제는 그냥 건너뛰고 안 배운 내용도 그냥 건너뛰면 된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알겠다고 한다.

    흐느끼는 녀석을 무릎에 앉혀놓고 엄마가 널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복습/공부가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얘기해 주고 안아줬다.

    다행히 오늘 아침 반짝 웃으며 아래층으로 내려 온 아들넘이 "문제집을 풀겠다"며 아침에 60문항을 순식간에 풀고 학교에 갔다.

    애들이 커지면서 애들 키우는 게 참으로 쉽지 않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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