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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중국인이니?
    Freeboard/J+H's Primary school in London 2013. 9. 14. 04:03

    영국에 살면서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너 중국인이니?" 


    이해는 된다... 극동아시아 3개국 중에 중국이 인구수도 젤 많고, 홍콩 이민자들을 포함해서 중국계가 영국에 많은 건 사실이니까.


    때론, "니 하오"로 말을 거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 난 대학때 배운 짧은 중국어로, "워 부스 중궈련, 워 스 한궈련"을 외쳐 주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아들녀석과 같은 반에 있는 한 여자애가, 아들 녀석에게 "너 중국인이냐?"고 물으며 따라다니며 귀찮게 놀린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상했다.


    처음 만난 것도 아니고, 3년이나 한 반에서 지냈는데... 그동안 한국 장구도 학교에 가져가고, 한국 국기도 그리는 등... 한국적인 것을 많이 표현해 왔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걸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만 여섯, 만 일곱살짜리 애들이니까...

    개학을 하자마자, 그 여자애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근데 난 한국사람이야, 중국인 아니고. 그리고 우리 아들은 중국이라고 부르는 거 싫어해."라고 말해 줬다.


    여자애 아빠는 그 얘길 듣자마자, 자기 딸에게 "너 요엘이한테 왜 그렇게 말했니?"라고 다그쳤다.


    난 최대한 아무 일도 아닌양, "몰라서 그랬겠지 뭐."라고 말해뒀다.


    그리고 그렇게, 잘 넘어 갔겠거니 했는데....


    그 다음날, 애 엄마가 덩치 큰 자기 쌍둥이 여동생을 데리고 등장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문제가 생기면 쌍둥이 동생을 데리고 등장한다고 함 -. -)


    요지는....

    우리 딸이 그러는데, 중국애라고 부른 게 아니라, 중국 사람이라고 물어보기만 했다는데 그게 뭐 그렇게 잘못한 거냐는 것.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어쩌라는 거냐는데 말문이 확 막히면서... 대화가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그냥 뒤로 돌아섰다.


    (난 사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요엘이가 생김새 때문에, 영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마음이 아픈 것이지만...--------- 


    그리고 집에 왔는데, 아무래도 향후 5년간 껄끄러울 거 같아서 (영국에서는 유치반 한 반이 그대로 6학년까지 같은 반으로 올라간다) 오후에 요엘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 엄마랑 다시 대화를 나눴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나는 딱 두 마디 했다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우리 아들은 중국인으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는 말. 누굴 비난하려고 했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근데 그 아줌마 왈. 자기 딸은 요엘이가 먼저 "영국인"이냐고 물어서, 그럼 넌 "중국인"이냐고 물었던 것이며.

    질문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냐. 자기 딸에게도 실은 스코틀랜드의 피가 흐른다(할아버지가 스코틀랜드인)면서, 잉글리쉬로 불리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딸이 온갖 국적과 인종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며. 자꾸 잊어버리는 걸 어떻게 하냐고 반박. 난... 그걸 다 알길 원한 게 아니라... 반 애들 30명 중에... 한국인 엄마 한 명. 일본인 엄마 한 명 있는데 그 정도 알아주길 바란 것 뿐이라고 말하고.......... 대화종결.


    어쨌든... 착찹하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차별 특히 인종차별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언어장벽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는데... 아직도 영국사회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하지만 뭐 그 뿐이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약자에 대한 차별 역시...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조금씩 나아지길 바래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도 해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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