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board/Everydays

나라는 인간은...

tempus_fugit 2003. 3. 30. 07:58
여러 명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밥을 먹는데, 사이프러스에서 온 친구 녀석이, 일제 치하에서 'Raped Women'(강간당한 여성들)에 대해 아느냐고 묻는다. 자신의 논문 주제라면서...

자신은 중국의 케이스만 알고 있었는데, 중국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 그런 케이스가 한국에서도 있었다는 걸 들었다면서....

논문의 주제라는 것이, 일본 군인에게 도구화 되고, 물화(物化)된 짓밟힌 '여성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 간의 solidarity로 그것을 극복하고 공동체 삶을 살게 되었음. 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데...

불쑥 화가 치밀었다. 'Comfort Women'이 정확한 명칭임을 말해 준 후에, 1950년대에, 그것도 순결이나 정절이 중요시 되던 아시아에서, 과연 위안부 여성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거라고 보는가. 결혼을 하고 살았다 해도,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을거라고 보는가. 수 없는 질문을 던져댔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쓸데없이, 쪼아댄건 아닌가. 하는 것.
난 단순히 한국에서 여성으로의 삶을 살았기에, 일제치하,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그 친구보다, 조금... 더 안 것 뿐이었는데, 너무 몰아댔다 싶었다.

결국, 내가 트랜스 젠더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결국, 나는 무슨 질문에, 무슨 답을 하고 싶은 건지...
나 역시, 질문과 답을, 만들어 놓고, 내 기준에 짜 맞추려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