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board/Scribbles
[생각] 사랑 혹은 추억이란 대체 무엇인지...
tempus_fugit
2004. 5. 7. 07:20
이번에 런던시댁에 내려 갔을 때, 시누집에서 하룻밤을 잤었다.
이러저런 얘기를 하다가, 시할머니(존의 친할머니)얘기가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바이올렛. 1차 세계대전이 났을 당시, 그녀의 약혼자 필립은 프랑스 어딘가로 착출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쟁통에 그녀에게 보낸 엽서만 해도 백 장 정도가 되는데, 그 엽서 모음이 시누집에 있었던 거다.
안타깝게도, 필립은 전쟁통에 전사를 했고, 어찌 어찌 하다가, 바이올렛은 남편을 만나 아들만 셋을 낳았고,
결혼은 했지만, 약혼자 필립을 잊을 수 없어, 첫 아이 이름을 필립으로 지었다 했다. (80대에도 정정하신 요크에 사시는 필립 할아버지가 바로 첫째!)
그리고, 남편이 죽은 뒤에도, 결혼 사진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는데, 그녀가 고이 간직했던 것은 바로 이 엽서 모음집... 그리고 그의 사진....
마음이 찡~ 해 오는게, 많이 아프더라.
그냥 이렇게 이 이야기가 묵혀 지는 게, 안타까워서 사진 몇 장 찍었음.
이 엽서엔,
"This is French Flower(앞면에 프랑스 꽃이 자수로 놓아져 있었음.). But nothing as fresh and fine as my sweet flower(Violet - 할머니 이름이 바이올렛이었거든요. 꽃 이름
처럼). You are the sweetest of all."
이렇게 써 있더군요.
20세기 초반에 쓰여진 영어라 그런지, 정말 말이 너무 이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