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us_fugit 2007. 8. 30. 20:16
1. 더위가 드디어 한풀 꺾였다.
  갑자기 선선해지니까 좋다. 지난 두 주간은 나가기도 싫을 만큼 끈적댔었는데-

2. 예전에- 산에도 같이 가고, 약간 좋아하기도 했던 교회 선배를 만났다.
  거의 9년 만에 본 거였는데,
  신기했던 것은... 기억이 굉장히 단편적이었다는 거다.
  같이 기차여행을 간 것도.
  학교 뒷산에 올라 갔던 것도.
  덕분에 이스라엘에 갔었다는 사실도.
  다- 잊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가, 집에 쌓아두었던 편지들을 버리기가 더- 싫어졌다.

3. 첫사랑을 5년 만에 만났다.
  항상 그랬듯이
  한강을 거닐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한 번 연인이었던 사람하고는...
  친구조차 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연애를 해선 안 되는 거였을까?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에-
  헤어진 연인의 친구로 남고 싶어하는 쥴리를 보면서-
  '너, 굉장히 이기적이다' 생각했었는데,
  나 역시, 굉장히 이기적이다.

4. 천호역에서 중학교 후배와 우연히 만났다.
  그 친구 편지를 며칠 전에 읽었던 터라-
  더더욱 반가웠었는데,
  실은 할 말이 별로 없었다.
  거의 15년 만에 얼굴을 본 거니까...

  잊혀진다는 것. 어느 순간, 소중했던 것(사람)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
  이렇게- 쉽게 지워지는 건 줄 알았으면- 중,고,대학교 10년이 참 편했을 건데...

5. 그동안 이메일만 주고 받았던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
  제대로 된 옷을 가져온 게 없어서-
  청바지에 티셔츠 바람으로 갔었다.
  차려입은 대로 대우한다는 말이 맞나 보다-
  처음에는 '-선생님'에서 --- '-씨'로 호칭이 바뀌었다.

  옷을 너무 편하게 입었나? 여전히 동안인 얼굴도 문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