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us_fugit 2005. 11. 7. 05:38
입양.
당신은 30년전에 입양이 되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부모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30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프로그램의 취지는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입양을 보낸 자녀의 소식은 알게 되었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고, 멀리 타국에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

그렇다면, 만나게 해 주면 좋겠지.

그런데, 상황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았다.

리즈에 살고 있는 벨기에 입양아 데니스씨.
양아버지는 회계사고 양누나는 법률가,
그리고 본인은 리즈에서 프랑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한국의 부모님을 3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인터뷰 내내, 자신은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만한 사정이, 혹은 핑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그 상황에 있지 않았던 한.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누군가를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어머니는 18살 때,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다가
7개월 만에 쌍둥이를 낳았다.

부엌도 없던 단칸방에 살았고 젖도 나오지 않았다.
분유를 사 먹일 수도 없던 상황.

그러던 중, 남편은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버렸고
아픈 쌍둥이를 데리고 병약했던 18살짜리 소녀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입양뿐이었다.

사실, 70년대 중반, 18살짜리 소녀는 입양이 무슨 의미인지 조차 몰랐을 게다.

어쨌든,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이들은 벨기에로 보내지는데...

쌍둥이 큰형은, 그만 벨기에로 향하는 비행기 안 에서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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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날아온 양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한국에서 날아온 친부모.

통역이 한 명 붙어 있긴 했지만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정신없는 조명 속에서
과연 얼마만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돌상을 차려주고
손수 차린 한국 음식을 먹이는 등
'쇼'가 계속 되었지만.


감정을 짜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그에게,
30년 만에 나타난 '자기와 너무나 닮은 꼴'이었던 친부모는.
무슨 의미였을까?

그래도 한복을 차려입은 가족사진은... 참 보기 좋았다.


이 사진처럼. 이들의 만남이 행복하게 남길.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로를 만난 것이, 행복이 되길.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족'으로 살아가길.
기도해 본다.